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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mmiya 2012. 8. 14. 09:38

  얼굴이었다가 이름이었다가. 사람들을 떠올렸다가 이내 지운다.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빤히 보다가 덮었다.
  어쩌다 며칠 여유로운 상황이 되었는데, 누구 하나 만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들 중 누가 나를 불러낸다면 그마저 거절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굳이 먼저 연락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지금 많이 지쳐있는데, 수다도 귀찮고, 거짓웃음도 귀찮은데, 내가 편해야 만나는 사람도 편하지,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무말 없이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욕심. 이기심. 그래도.

  몸이 편하면 기력이라도 충전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한번 붙은 피로는 뭘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틈새를 비집고 잊고 있던 생각들이 들어온다. 어째서 유쾌하지 않은 일들은, 기억들은, 쉬이 지워지지 않을까. 열심히 덮어두어도 틈만 나면 불쑥 솟아난다.

  시끄럽게 살 필요가 뭐 있어, 내가 좀 놓으면 되지, 그랬는데. 속좁은 나는 차곡차곡 불만들을 스스로도 모르게 쌓아두었다. 가득차서 더이상 숨겨둘 수도 없어지자, 왜 내가!, 를 반복했다. 다들 이기적이잖아, 내 속 따위 아무도 모르잖아, 내 마음, 내 상처, 내 노력! 나를 버리면 편할 줄 알았던 삶이, 내가 아니면 살 수가 없었다. 화를 내고, 싸우고, 울면서, 이제서야 살기 시작했다. 산다는 건 참 시끄러워서, 몸도 마음도 편하지가 않았다. 뒤늦은 걸음이라 더 힘겹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냥 원래 이런데, 아직 익숙하지 못한 것뿐인지도 모른다. 이 발버둥이 안쓰러운 것도 나만 그런 것처럼.

  어쨌든 짧다면 짧은 이 휴식이 아주 쓸모없진 않을 것 같다. 얼마쯤일지는 몰라도 또 당분간은 버둥대며 살게 해 줄테니까. 좀더 뒹굴고, 좀더 버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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